본문 바로가기
영화 창고

<미스비헤이비어> : 우리는 예쁘지도, 추하지도 않다. 우리는 화가 났다.

by 알피네 2020. 5. 29.

우리 동네 영화관이 코로나로 인해 27일까지 휴관하다가 다시 열었는데,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싶고, 친구가 영화 티켓이 있다고 해서 본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MISBEHAVIOUR, 2020)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있습니다)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는 주인공 '샐리'가 대학교 면접을 보면서 시작한다.

면접을 대기하고 있는 샐리

샐리는 사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 면접을 본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샐리를 평가하는 5-6명의 남자 면접관들.

그들은 샐리가 들어오자마자 7/10, 9/10 이라고 쓰면서 평가한다.

샐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미스월드"라는 대회가 진행된다.

"미스월드" 는 세계 각국의 대표 미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평가하고,

그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뽑는 그런 대회다.

"미스월드" 대회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을 '미스 스웨덴', '미스 그리나다'라고 부른다.

이름이 있는데도 말이다.

 

노골적으로 사람의 사이즈를 평가하고 항상 웃는 표정을 강요당하는 대회를 보며

샐리는 "사이즈를 노골적으로 평가당하는 것은 가축시장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샐리를 포함한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을 성적대상화로 보는 "미스월드" 대회에 대해 분노하면서

그 대회가 진행될 때, 그 자리에서 여성해방운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의 슬로건은 

"우리는 예쁘지 않다. 추하지 않다. 우리는 분노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미스월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미스 스웨덴, 인형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들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이것이 대회의 기권이나 다른 어떤 것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정치적인 이유로 참여하게된 미스 공아남.

(남아프리카 공화국 참여자인데, 유색인종이 80% 넘는 나라에서 백인 대표만 계속 뽑히는 것에 눈치를 본 

대회 주체자가 흑인 대표를 넣으면서 백인대표는 South Africa 로 부르고 흑인대표를 Africa South라고 부름)

우승을 강력하게 염원하는 미스 그라니다

 

솔직한 감상은 이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다뤄질 때, 기대한 것은 이들 중 누군가가 여성운동에 동참하게 되는 것일까? 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대회는 계속 여성을 대상화 한 채로 진행된다.

 

대회가 시작하고, 영화 러닝타임 중 가장 끔찍한 수영복심사가 끝나자, 

여성운동가들은 해방운동을 시작한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 그렇게 무력운동도 아니고.. 굉장히 이정도면 평화시위 아니냐.. 싶을 정도지만,

일단 경찰들이 와서 잡아간다.

 

대회는 계속 진행되고,

대회의 우승자는 제니퍼 호스텐, 미스 그라니다이다.

 

영화에서 가장 캐릭터적으로 반대되는 인물이 누구냐 꼽으면,

나는 샐리와 제니퍼를 꼽을 것이다.

여성인권을 위해 미스월드라는 대회는 없어져야하고, 여성을 대상화하지 말자! 고 외치는 샐리.

미스월드에 우승한 자신을 보고 자신의 국가의 어린이들이 넓은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제니퍼.

영화에서 만날 수 없고,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서로 이해를 못하며 '아 쟤는 왜저런다니' 이런 대화가 아닌

서로의 이유에 대해 이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재판하고 나온 샐리와 조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짧게 말해준다.

샐리와 조의 해방운동 이후의 삶, 제니퍼의 미스월드 이후의 삶에 대해 말해준다.

이 장면이 나올 때, 연기한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실제 그 인물이 겹쳐서 나온다.

그저 그 이후의 삶들을 읊어주는 것뿐인데 순간, 영화 장면 속에서

해방운동에 나서기를 망설이는 샐리에게 조가 한 말이 떠올랐다.

"분노하지 않으면, 평생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이겠지"


<TMI TIME>

정말정말 오랜만에 새 영화를 봐서 좋았다.

그 동안은 그냥 재개봉만 하길래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 밀가루 줄이기를 하고 있는데, 먹는 양이 준 것이 아니라 밀가루를 줄인 것인데 

팝콘 L사이즈 먹는데 3분의 1정도만 먹은 것 같다.

원래 둘이 먹으면 다 먹는데 정말 너무 빨리 배가 불러서 속상했다...

근데 우리 영화관 팝콘이 맛이 없는 것도 많이 못 먹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동네 영화관 장사가 안되서 너무 걱정이다.

걸어서 영화보러가기 완전 좋은 위치인데

이 영화관이 망하면 영화 보러가기 너무 힘들단 말이다...

 

영화를 보고 아쉬운 점은 딱 하나다.

차별의 요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하겠다는 점?

성차별이 주된 내용이기는 하나, 인종차별도 있고, 빈부격차도 살짝 넣은 건가? 싶기도 하고

하나에 집중해줬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사실 그렇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기에 상관없었다.

정말 신기한 점은 영화 배경이 1970년인데, 반 세기가 지난 지금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런 점이 너무 마음아팠다.

댓글